화장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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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bel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2003-10-06 04:28:52, Hit : 430)
[펌]홍경택 인터뷰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컬렉션 시장에서는 상품의 색깔이 모노톤으로 된 얌전한 그림들을 좋아하죠. 그림이 자기한테 말을 건다거나 시끄럽거나 하면 싫어합니다." - 홍경택
핫....추가할 것이 있는데....작가가 화랑측에 말을 걸어도 싫어하더라는.



참. 그런데, ....고등학교 졸업할 즈음에, 내가 사진과에 진학한 사실을 안 친구하나가 질문을 했더랬다.
네가 사진과에 간 이유가 그림이 안되기 때문이 아니냐고.(난 미술부였다) 물론 농담조로 웃으면서 한 말이었지만(진심이었는지도 모른다..^0^;..) 기분이 참 상했었는데, 가끔은 재활용도 힘든 폐기성 사진 전시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들을 했었던 것같다. 사진만큼 다른 사람과 같이 묻어서, 하기 좋은 작업도 없지 않은가.
저번 모임에서 진경전 이야기하면서, 설핏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던 것같은데.....난 이제야 사진이 어렵다고 느끼는 건지...아님 오만정이 다 떨어져가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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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홍경택은 300호, 500호 대형 캔바스에 세밀하게 그려나가고 또 덧칠해나가는 유화작업을 해왔다. 전업작가인 그는 날마다 8시간 정도 작업하지만 하나의 작품이 수년씩 걸리기도 하고 일년에 몇 작품 그려내지도 못한다고 한다. 이렇듯 철저하게 그리기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 홍경택을 만나러 가면서 ‘그리기’에 대해 생각해보니 아련한 ‘향수’ 마저 느껴졌다.

참 이상한 일이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작가들 대다수가 ‘그리기’에 열중하지 않았던가. ‘그리기’가 사회적 관심에서 소외되면서 작가층이 얇아졌다는 생각도 든다. 이전에는 그리기를 익히면서 작가가 되고, 또 잠시 쉬더라도 다시 그리기 시작하면서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작가층이 넓었다면, 오늘날에는 상대적으로 새로운 매체의 변화에 대한 적응이 쉽지 않고, 생활과 작업을 병행하기도 어려워서 작가로서 생존하는 것이 더욱 어렵게 된 듯 싶다. 미디어, 설치 미술이 참으로 급격하게 발전해왔고, 이로 인해 회화쟝르는 상대적으로 위축되었는데, 과연 향후에는 어떻게 될까. 집요하게 그리기를 지속하는 젊은 작가를 통해 어렴풋한 해답이라도 찾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의 작업실을 향했다.

김유숙 : 안녕하세요? 우선 그간의 작업 전반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홍경택 : 네, 제가 일상적인 대상을 소재로 작품구상을 하게 된 것은 대학 재학 시였습니다. 대학 3학년때부터 본격적으로 작업을 했습니다. 제가 공산품과 같은 일상적인 소재를 택한 이유는, 우선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이라는 점과 화려한 외관을 가지고 있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저의 작업은 그러한 일상적인 물건들 안에서 화면을 구성하면서 환타지를 창출하는 것이었죠. 여기서의 환타지라는 것은 그냥 자극적인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나오는 힘, 리얼리티가 있어야하기 때문에 일상하고 연결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유숙 : 그렇다면 보는 사람이 홍경택씨 작품을 통해 어떤 환타지를 일구어내길 바라는 건가요, 아니면 그 그림을 통해서 환타지에 빠져들기를 원하시는 것입니까?

홍경택 : 일단 내 자신이 느끼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일단 내 나름대로 그것에 빠져들지 않으면 작업할 수가 없거든요. 작업 규모도 굉장히 크고 그리는 방식도 오랜 시간을 요하는 일이라.. 내 자신이 푹 빠져들지 않으면 작품을 지속할 수가 없습니다. 관객은 그 다음 문제지요.


김유숙 : 다른 활동을 거의 안하시고 작업만 하시는데 그런 삶을 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누구나 불안함을 느끼잖아요. 작가로 성공해서 보상받을 수도 있겠지만요. 보상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계신지요?

홍경택 : 아마 자기 인생이 소진되게 내버려두는 사람은 별로 없을 꺼예요. 틀림없이 조금은 기대를 하겠죠. 기대는 있고 그 기대가 없으면 살아남기도 힘들겁니다. 오픈아트 인터뷰를 보다가 보니.. 박이소 선생님께서 재밌는 말씀을 하셨더군요. 미술이라는 영역을 일종의 '양호실'이라고 비유를 하셨는데, 저도 그 말씀에 동감입니다.
저도 어떤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사람들과 어울리기 힘든, 그렇기 때문에 나가서 부딪히고 싸우는 것 보다는, 저 혼자 이렇게 작업하고 이러는게 저한테는 최대의 만족일꺼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적인, 그런 면에서 많이 박탈감, 소외감을 느끼지만, 자유를 얻었다는 생각이 이를 보상해주는 것이죠.


김유숙 : 작품이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도 있겠죠.

홍경택 : 글쎄요.. 저의 작품은 매우 대중적이면서 사실 유통은 안되고 있습니다.(웃음) 저는 상업적인 측면과 대중적인 측면, 그리고 소위 예술적인 측면 등 사실 그런 것들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목표로 두고 있는 것,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은 소수 엘리트만 이해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중들만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죠.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것 아닐까요.


김유숙 : 제 생각에는 우리나라 컬렉터들이 그림에 대해서 요구하는 것이 일종의 ‘아우라’인데요, 홍경택씨 작업은 그런 것을 파괴하는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홍경택 :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컬렉션 시장에서는 상품의 색깔이 모노톤으로 된 얌전한 그림들을 좋아하죠. 그림이 자기한테 말을 건다거나 시끄럽거나 하면 싫어합니다. (웃음)


김유숙 : 하하. 재밌는 표현입니다. 지금의 작업실은 작업하기에 매우 적절해보입니다. 언제부터 이 작업실을 사용하셨나요?

홍경택 : 처음에는 축사에서 작업을 했어요. 친구들과 함께 경기도의 축사를 빌려서 사용했죠. 좀 멀었는데 매일 출퇴근하면서 했었죠. 그 이후에 8평짜리 방에서 작업했고, 사실은 거의 대부분의 작업을 그곳에서 했어요. 여기로 옮긴 건 3년쯤 되었는데, 이 곳에 와서야 그 큰 그림들을 처음 펼쳐봤어요. (웃음)


김유숙 : 전업작가이시고, 매일 일정 시간동안 작업을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모한 질문 같지만... 작업이 즐거우신가요?

홍경택 : 늘상 즐겁다하면 거짓말일테고 고통스러울 때도 있지요. 그러나 대체로 작품을 그려나가는 데에 희열을 느끼고, 작업과정이 굉장히 재미있어요. 내가 어떤 소재를 선택하고 어떤 색을 입힌다는 것 자체가 즐겁습니다. 저는 색이라는 걸 굉장히 중요시 하는데, 그림의 요소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죠. 색을 입힌다는 것이 굉장히 즐겁고 재미있습니다.


김유숙 : 그렇군요. 그런데 오늘 작업실에 와 보니 이전의 책, 연필 등의 소재가 활자로 바뀌었네요. 올해 들어서 바뀌신거죠? 통속적이면서 가요나 팝에서 즐겨 들을 수 있는 단어인 것 같습니다.

홍경택 : 아주 정확히 보셨습니다. 대부분이 노래 제목과 가사에서 따온거고 좀 과격한 내용도 있는데, 저쪽에 숨겨놨습니다.(웃음) 일상적인 내용 뿐만 아니라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때로는 정치적인 내용도 있습니다.


김유숙 : 이 단어들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죠?

홍경택 : 내가 가장 잘 알고 많이 접하는 것, 그리고 나에게 가장 영향을 주는 것이 대중음악이어서 그 안에서 소재를 택한 것이죠. 우리가 노래를 듣다보면 가슴에 와닿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부분을 이미지화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DMSR이라는 저 작품은 댄스, 뮤직, 섹스, 로맨스의 약자로 노래제목입니다. 그 제목이야말로 어떻게 보면 제 작업을 굉장히 잘 설명해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중음악은 사람들의 변화하는 정서를 발빠르게 대변할 뿐만 아니라 거기에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의미를 다양한 선율과 리듬에 담을 수 있죠. 저는 그 의미에 이미지와 색깔을 입히는 것입니다.


김유숙 : 네, 그렇군요. 색채도 이전보다 더 현란하고, 어떻게 보면 나타내고자 하는 것을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내시게 된 것 아닌가요? 혹시 지금까지 수년간의 ‘그리기’에 지치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웃음)

홍경택 : 아마 그런 요소도 있을 겁니다. 어찌보면 제가 작업을 길게 유지하기 위한, 지치지 않기 위한 방편일 수도 있습니다. 계속해서 묘사 위주의 작업을 할 수도 있겠지만 지쳐서 그림을 오래 못할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그리고 새로운 작업에 대한 갈망도 있었구요.
그림이라는 것은 설치작업 보다 쌓여가는 것을 무시 못한다는 것, 그림을 그리다보면 자기가 처음 의도했던 것 보다 많이 바뀌게 되고 또 자기가 의도하지 않았던 전혀 다른 상황도 펼쳐지게 되죠. 그런 것이 묘미인 것 같습니다.


김유숙 : 다른 질문을 하나 하겠습니다. 현란한 색깔과 복잡한 형태들, 그런 표현들이 이제는 대형출력으로 충분히 가능해졌쟎아요. 물론 사람의 손으로 그려진 것과는 차이가 있지만, 몇 년간의 노력이나 인생의 많은 부분을 담을 만큼 그 차이가 크고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홍경택 : 그런 질문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이런 그림은 출력할 수 있는 것이다, 컴퓨터 상으로도 얼마든지 작업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 작업은 크기 때문에 차라리 그리는게 더 저렴할꺼야... 하는 이야기까지 말이죠.(웃음) 사실 제 작품은 현대적으로 보이면서도 유화라는 아주 고전적인 매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 작품이 출력물과 다른 지점이 무엇인가 하면요, 출력물들에는 오차라는 것이 있을 수 없고 일률적이지만, 제 작업은 사람이 한 것이기 때문에 오차가 있을 수 있고 실수라는 것이 허용된다는, 그리고 거기서 느껴지는 수공예적인 매력 그런것들은 절대로 기계가 대신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시대에 오히려 아날로그적인 것에 대한 향수가 짙어지고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최대 목표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제대로 살리는 것이라 들었습니다.


김유숙 : 그렇다면 일부러 그런 실수.. 같은 장치를 작품에 넣으시나요?

홍경택 : 네, 저는 작품이 평면이라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원근법 그대로 색감을 낸다고 해서 그것이 실제처럼 보일까요? 그것은 사진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그림처럼 보이지는 않겠지요. 전 일부러 원근법도 색감으로 배치합니다. 예를 들면 바로 앞에 있는 것과 뒤에 있는 것이 색깔은 똑같게 그려집니다. 똑같은 색인데, 뒤의 사물은 그 크기만 작아진 것이죠. 그렇게 하다보면 전체적으로 평면적인 요소가 입체감 보다 더 두드러질 수 있습니다. 거기서 저는 전체적으로 완벽하지 못한 언밸런스한 조화를 이루게 됩니다. 전 그림에서 사진의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페인팅을 한다는 것이 사실은 어떻게 보면은 제 자신도 힘들 때가 많습니다. 오늘날 변화의 속도라는 것이 엄청나잖아요. 산업혁명 그것보다 정보사회로 진입하는 지금의 변화속도가 사람들에게 더욱 혼란을 준다고 하는데, 전 거의 중세의 작업을 하고 있는 셈이죠. 회화라는 쟝르가 거의 폐기 처분되는... 그런 이야기들이 아직도 떠돌고 이런 상황들이 저를 힘들게 합니다.
보통 회화가 구색 맟추기의 한 방편으로 이용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러나 제가 말하는 회화, 형상미술이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제대로 논의된 적이 한번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유숙 : 80년대에 민중 미술에서의 형상성에 대해서 논의들을 했었죠.

홍경택 : 민중미술의 형상성이라는 건 한쪽으로 치우친 것이었죠. 80년대라는 정치상황이 굉장히 암울했다고 해서, 그러한 정치적인 상황만이 강조되었으니까요. 저는 그 당시의 정치상황 이외에, 정말 대중적인 부분이 완전히 거세되었다고 봅니다. 요즘 영화를 보면 80년대의 감수성들이 부활되어서 호응을 얻고 있는데, 어찌 보면 그런 맥락하고 비슷한거죠. 제가 중, 고등학교 때의 문화들은 현 대중문화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으며 제 감수성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민중미술의 원색과는 달리 TV나 매체를 통한 80년대의 화려한 원색들을 기억합니다. 고등학교때 유행했던 음악, 쇼 프로그램들도 거리 정치상황을 대중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화려하게 포장해서 등장했었죠. 가볍고 화려한 것들의 등장이었다고 봅니다.


김유숙 : 말씀을 듣고보니 그 당시의 새로운 쇼 프로의 등장이 떠오릅니다. 홍경택씨의 작업을 일상성과의 연관성에서만 이해를 했었는데, 그러한 시대적인 반영과 향수가 있었군요.
새로이 시작하시는 문자 작업들을 즐겁게 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사진설명 (위에서 부터)

- 작업실에서의 작가
- <연필그림2>-부분, Oil on Canvas, 387.8X390.9cm, 1999
- <해골이 있는 풍경>, Oil on Canvas, 130X162cm, 1993
- <책상>, Oil on Canvas, 130X162m, 1995
- 작가 홍경택씨의 작업 중인 작품 1
- 작가 홍경택씨의 작업 중인 작품 2
- 작가 홍경택씨의 작업 중인 작품 3
- <화장대>, Oil on Canvas, 130X162cm, 1993

인터뷰, 정리 / 김유숙(오픈아트 디렉터)

출처 : 오픈아트

Rimbaud ▒

읽기에 시간이 걸리는 글은 밀쳐눴다가 아이들이 서로 뒤엉켜놀때야
비로소 촘촘히 읽어내리는데....어제의 기분들이 되살아 납니다.
그리고,
자벨님도 미술을 했었구나...새롭다.
결코 폼으로 퍼오는 인터뷰가 아니었다 싶은게 쪼께 미안해지네.
미안혀요. 내멋대로여서.

 X  2003/10/06   
zabel ▒

인터뷸 폼으로 퍼봤자...밥도 안나오구...국물은 더군다나....^^

  200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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