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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시를 황석영이 읽으면서 몇 가지 코멘트를 단 것에 더해, 동네사진관의 스밀라님께서 약간의 말씀을 붙여주신 글입니다. 캥거루 식의 프로세스에 관심이 많은 터라 이런 게시물이 요즘 너무 좋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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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이란 말 자체가 어쩌면 모순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속도와 속력의 정돈 속의 사랑.이란 말.오. 정말로 머리는 좋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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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낭독의 발견>을 가끔 보곤 한다. 이번 주에는 소설가 황석영이 나와 낭독을 했다. 대통령 탄핵안 가결 후 mbc 9시 뉴스에서 소설가 이문열이 궤변을 늘어놓아 약간의 '데미지'를 받았는데 며칠 후 황석영이 나와 일갈을 했다. 조금 마음에 들려고 했다. ^^
황석영은 김수영의 시를 좋아한다고 했다. 스밀라도 김수영의 시를 좋아한다.
황석영은 김수영의 <현대식 교량>을 좋아한다고 했다. 스밀라도 김수영의 <현대식 교량>을 좋아한다.
황석영은 시를 낭독했다.
현대식 교량
- 김 수영
현대식 교량을 건널 때마다 나는 갑자기 회고주의자가 된다.
이것이 얼마나 죄가 많은 다리인 줄 모르고
식민지의 곤충들이 24시간을
자기의 다리처럼 건너다닌다.
나이 어린 사람들은 어째서 이 다리가 부자연스러운지를 모른다.
그러니까 이 다리를 건너갈 때마다
나는 나의 심장을 기계처럼 중지시킨다.
(이런 연습을 나는 무수히 해왔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반항에 있지 않다.
저 젊은이들의 나에 대한 사랑에 있다.
아니 신용이라고 해도 된다.
선생님 이야기는 이십 년 전 이야기지요.
할 때마다 나는 그들의 나이를 찬찬히
소급해가면서 새로운 여유를 느낀다.
새로운 역사라고 해도 좋다.
이런 경이는 나를 늙게 하는 동시에 젊게 한다.
아니 늙게 하지도 젋게 하지도 않는다.
이 다리 밑에서 엇갈리는 기차처럼
늙음과 젊음이 분간이 서지 않는다.
다리는 이러한 정지의 증인이다.
젊음과 늙음이 엇갈리는 순간
그러한 속도와 속력의 정돈 속에서
다리는 사랑을 배운다.
정말 희한한 일이다.
나는 이제 적을 형제로 만드는 실증을
똑똑하게 천천히 보았으니까.
... 김수영은 4.19 이후 이 시를 썼다.
글이 안 써질 때 어떻게 하냐는 질문에 황석영은 재미있는 대답을 내놓았다.
젊었을 때는 재충전을 한다며 술도 먹고 그랬는데 이젠 안 그런다고 한다.
그래서 젊은 친구들에게 그렇게 말한다고 한다. 글은 머리로 쓰는 게 아니다. 70%는 궁둥이가 쓰는 것이다. 나머지 20%는 손이 쓰는 것이고, 5% 정도가 재능이다.
그의 말에 공감한다. 소설은 잘 모르겠지만 공부는 확실히 그렇다.
머리가 아니라 궁둥이가 하는 거 맞다. 논문도 궁둥이로 쓰는 거다.^^
지난 해 논문을 쓰며 궁둥이의 가벼움을 절감한 바 있다.
얼마 전부터 번역일을 시작했다. 이 또한 궁둥이가 하는 일이니... 바야흐로 춘삼월 궁둥이는 들썩거리는데, 그것 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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