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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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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의 신화’를 좇아 자기 완성의 길을 찾는
인간 영혼의 방랑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브라질이 낳은 세계적 작가 파울로 코엘료는
현대 문명사회에 길든 독자들에게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 눈으로 이 세상에 숨어 있는
영성(靈性)의 길을 찾아 순례에 나서라고
유혹한다. 신작 소설 ‘11분’의 한국어판이 4월
초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출간되는 것을 맞아
조선일보의 강경희 파리특파원이 현재
남프랑스의 생 마르탱에 머물고 있는 작가를
찾아갔다. 편집자
세계적 작가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57)를
만나러 가는 길은 멀었다. 그가 머무는 곳은
스페인에 맞닿은 프랑스 남서부 피레네산맥
근처. 파리에서 TGV로 6시간 떨어진 한적한 시골
마을이었다.
기자가 코엘료의 집을 찾아간 것은 23일 오후 4시(현지시각).
집 앞에 도착해 대문 사이로 얼굴을 들이밀자
거실에 서 있던 코엘료가 걸어 나왔다. 3월 하순
초봄이지만 진눈깨비 섞인 비가 쏟아질 만큼
쌀쌀한 날씨였다.
거실에 들어서니 멀리 창밖으로 백설을
머리에 이고 있는 피레네산맥의 봉우리가
보였다. 그 한적한 시골 집에서 코엘료는 소설을
쓰고, 산책하고, 인터넷을 통해 세상 소식을
접하며, 전 세계에서 찾아온 기자들과 인터뷰도
한다고 했다.
코엘료는 “어제도 대만, 헝가리 기자들이 이
집으로 찾아와 네 건의 인터뷰를 했다”고 운을
뗐다. “오늘은?” 하고 기자가 물었더니 “오늘은
당신과의 인터뷰를 포함, 두 건밖에 안 된다”고
했다.
―소설도 흥미롭지만 당신의 삶도 소설
못지않게 흥미롭다. 당신에게 글쓰기는 어떤
의미를 갖나?
“내 소설은 곧 나 자신이다. 글을 쓸 때 나
자신 속으로 깊이 침잠해 들어간다. 그리고
소설을 마친 뒤 그걸 읽어보면 곧 내가 어떤
사람이란 걸 발견하게 된다.”
―당신은 결코 평범치 않은 삶을 살았다.
과거의 불행했던 경험이 오늘날 소설의 풍부한
소재가 된 것 아닌가?
“그렇다. 하지만 내가 불행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부모님의 판단이 옳은 것은 아니었지만
나를 나쁘게 하려고 그런 것은 아니니까. 그저
나는 나만의 공간을 확보하고, 내가 원하는 꿈을
이루려면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는 것에 아주
일찍부터 눈떴을 뿐이다. 나에게 그 꿈이란
글쓰기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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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독자에게,
사랑을 담아,
파울로 코엘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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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연금술사’에서 인생이라는 모험에
도전해 길을 떠나는 양치기 청년 산티아고도,
소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에서 자살을
시도하다가 정신병원에 들어가는 베로니카도 곧
당신 자신의 이야기라는 데는 공감한다. 하지만
지난해 출간된 ‘11분’은 어떤가? 그것은
스위스에 살고 있다는 창녀로 전락한 한 실존
여성의 이야기이지 당신의 이야기는 아니지
않은가?
“그렇진 않다. 나는 우연한 기회에 그 브라질
여성의 이야기를 들었고, 실제로 그녀를
스위스에서 만났다. 소설의 얼개와 분위기는 그
여성의 이야기이지만 그건 곧 나 자신의 이야기,
나 자신의 실수를 쓴 것이다.”
―‘11분’은 가장 단기간에 성공한
베스트셀러라고 들었다. 성행위에 걸리는
시간을 뜻한다고 붙인 ‘11분’이라는 자극적
제목이 암시하듯 한국에서도 번역돼 나오면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창녀로 전락했던 그
여성의 삶을 통해 당신이 말하고 싶었던 당신의
이야기란 게 대체 무엇인가?
“성 정체성에 대한 충돌이다. 많은 사람이
얼굴을 마주칠 땐 결코 즐겁지 않으면서도
즐거운 척하고, 몸과 마음이 서로 일치되지 못한
상태로 거짓말을 한다. 몸과 마음이 일치되는 성(性)의
신성함이 내가 말하고 싶었던 주제이다.”
―어떤 독자들은 당신의 책이 난해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당신의 소설이 ‘코엘료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상업적으로 대성공을 거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나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가 언어의 장벽을
넘어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는다고
믿는다. 나는 독자들의 고민에 일일이
응답하지는 않는다. 독자들은 열이면 열, 백이면
백, 각자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내가 소설을
통해 독자들의 고민에 해답을 제시해줄 수도
없다. 그저 내 이야기를 읽으며 그들 스스로
내부에서 무언가를 불러일으킬 뿐이다. 문제에
대한 해답은 곧 독자 스스로 찾아야 할 몫이다.”
―당신만의 글쓰기 방식이 있나? 어떤 소설은
단 몇 주 만에 완성했다고 들었다.
“나는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결코 노트를
하지 않는다. 매일 산책하면서 머릿속을
비워낸다. 그러면서 자연과 대화한다. 그러고
나면 중요한 것만 머릿속에 남아 있고, 중요하지
않은 것은 모두 씻겨 내려간다.”
―그렇다면 언제 소설을 쓰나?
“2년에 한 번꼴로 쓴다. 소설 쓸 때에는 하루
12시간씩 ‘논스톱’으로 일한다. 일할 때는
다른 어떤 것도 안 하고 글쓰기에만 몰두한다.
심지어 아내와 섹스도 안 한다.”
―지금 새 소설을 준비하고 있나?
“얼마 전 이곳에서 소설 한 편을 끝냈다. 한
달 만에 다 썼다. 1년치 일을 모두 끝냈으니
올해는 소설을 더 쓰지 않는다.”
―제목이 뭔가? 줄거리는?
“비밀이다. 나는 새 소설에 대해서는 그
누구한테도 말 안 한다. 심지어 아내한테도
이야기 해주지 않는다.”
―그 소설은 언제쯤 출간되나?
“당장 책으로 나오는 건 아니다. 나는 올해
써놓은 이 소설을 한동안 잊고 지낸다. 그리고 1년
지나 내년에 다시 손본다. 그때 가서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러고 나서 출간한다. 지금
막 끝낸 소설은 내년이 되어야만 출간된다.”
―요즘의 주된 관심은 무엇인가?
“죽음이다. 카자흐스탄의 지리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있고, 헨리 밀러, 윌리엄 블레이크
등의 작품도 즐겨 읽는다. 요즘은 활쏘기에
취미를 붙여 종종 연습한다.”
―소설을 쓰지 않을 땐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
“이곳 프랑스 시골집과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집을 오가며 1년에 몇
달씩 지낸다. 나머지 시간에는 세계 곳곳을
여행한다. 이곳에 있을 땐 아침 9시쯤 일어나
산책하러 나간다. 일주일에 6일은 산책하고,
나머지 하루는 등산한다. 산책에서 돌아오면
인터넷으로 뉴스도 검색하고, 활쏘기 연습도
한다. 오후에는 인터뷰를 한다든가, 칼럼을
쓴다든가, 일을 하면서 보낸다. 저녁에는 와인
마시며 아내와 대화를 나누고 TV도 본다. 밤 1시
넘어서 잠든다. 여기 있을 때나 브라질 있을
때나 생활패턴은 비슷하다.”
인터뷰가 진행된 거실 곳곳에는 여러 점의
추상화가 걸려 있었다. 코엘료의 아내가 그린
작품이라고 했다. 1979년 만난 아내 크리스티나
위티시카(Christina Oiticica)는 코엘료보다 4살
연하이며, 화가이다. 코엘료는 “아내와 대화를
많이 나눈다. 아내는 내게 최고의 친구”라고
했다. 둘 사이에 아이는 없다. 코엘료는 “내
아이는 없지만 브라질에 있는 ‘코엘료재단’을
통해 수많은 빈곤층 아이들을 돌본다. 그건 내게
무척 소중한 일”이라고 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코엘료에게 한글판 책 3권을
내밀었다. ‘연금술사’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였다.
코엘료는 그 중 ‘연금술사’ 한글판은 본 적이
있고, 나머지 2권은 처음 봤다며 관심을 보였다.
그 책에 ‘조선일보 독자에게! 사랑을 담아,
파울로 코엘료, 2004년 3월 23일’이라고 친필
서명도 해주었다. 2002년 월드컵 기간 한국에
깊은 인상을 갖게 됐다는 코엘료는 몇 번 한국에
가볼 기회가 있었는데 가지 못했다며, 언젠가
방문하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생 마르탱(프랑스)= 글·사진 ( 강경희특파원 khk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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