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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bel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2004-04-01 19:35:52, Hit : 361)
낫싱은 남자의 낫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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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그리고 ImAgE 라는 블로그에서 퍼왔습니다.   허락없이 먼저 퍼왔으므로 삭제의 압박이 있을 수 있음을 경고드립니다.   하지만, 정말 흥미진진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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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vritti님의 블로그를 통해 지젝의 『내부로부터 온 괴물(The Thing from the Inner Space)』이라는 재미있는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특히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솔라리스>의 켈빈과 그의 부인 하리의 관계에 대한 지젝의 해석은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지젝은 어느 날 갑자기 켈빈에게 나타난 죽은 그의 처, 하리를 켈빈의 징후이자 켈빈의 죄책감이 만들어낸 물질화된 이미지라고 말합니다. 하리를 켈빈의 죄책감의 징후로서 파악한 지젝은 바이닝거의 입을 빌려 '여자는 남자의 징후이다'라는 진술을 끌어들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명예훼손적 진술을 통해 지젝은 오히려 최종적인 페미니즘의 진술이라 일컬을 수 있는‘나는 내 안에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단지 타자의 환상이 체화된 것일 뿐이다’라는 진술을 얻어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결국 징후로서의 하리는 주체의 타자성을 그 누구보다 명확하게 꿰뚫고 있는 가장 급진적 의미의 주체(나는 내가 아니다. 나는 단지 타자의 환상이 체화된 것이다.)이자 그녀의 두 번째 자살은 타자의 구원을 위한 주체의 윤리적인 행위였다고 지젝은 말합니다. 이 글을 읽는 순간, 저는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라는 영화제목을 떠올렸습니다. 씨네 21과의 인터뷰에서 홍상수 감독은 이렇게 말합니다.


"미래는 한자로 '오지 않는다'는 'nothing'의 의미이고, 여자=미래니까 여자도 'nothing'이다. 현재에 도착하지 않는 여자가 남자를 수식하니 결국 모두 'nothing'이 된다."


처음 이 기사를 읽었을 때 '재미있는 말장난이군'하며 가볍게 생각했었는데 지젝의 글을 읽고 나서인지 그의 말이 단순한 말장난처럼 들리지 않았습니다. 타르코프스키는 인터뷰에서 솔라리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켈빈이 솔라리스에서 행할 임무는 아마도 오직 하나일 것이다. 사랑을 잃은 남자는 더 이상 남자가 아니다. 이‘솔라리스적’인 전체의 목표, 휴머니티란 사랑이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저는 그 말이 마치 징후를 잃어버린 주체는 더 이상 주체가 아니다.라는 말처럼 들리더군요. 즉 징후 혹은 타자는 주체를 주체이게 해 주는 혹은 주체를 구원하는 그 무엇(사랑)이다. 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홍상수가 말한 '여자는 남자의 미래이다'라는 진술은 제법 의미심장하게 들립니다. 비록 홍상수는 그 모든 것이 'nothing'이라고 말하지만 어차피 영화적 재미가 과정을 지켜보는 것에서 오는 것이라면 'nothing'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무척이나 즐거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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