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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2006-05-12 00:15:59, Hit : 413)
[교재] 뼛속의 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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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이 가끔 드는 생각이다.   글을 써볼까, 필름 값도 오르고 디카는 쓰기 싫은데.   글쓰는 분들 불콰하게 여기시란 말이 아니라.   도피같은 개념으로 드는 생각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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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하오의 나른한 집필가게



[숨어있는 책]글이 글을 쓰게 하라! 그때 당신은 사라진다 -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백영옥 기자(rararal93@libro.co.kr)
Apr.  01. 2003 | 하이텔, 천리안 등 PC통신 때의 일이다. QFWFQ라는 이상한 아이디를 가진 문화예술 동호회 회원 하나가 글쓰기 책에 대한 해제를 써서 잔잔한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나중에 알고 보니 이탈로 칼비노 소설의 주인공 이름이었다) 나도 책을 알긴 했다. 책제목이 《당신도 작가가 될 수 있다》(김훈 옮김, 고려원미디어)였는데, 책장을 열면 70년대 반전운동 전사 같이 생긴 퍼머 머리 여자가 웃고 있다. 지금 생각해도 퍼머 머리가 무척 촌스러웠다. 우연히 나는 이 책을 선물로 받게 됐다. 책은 훌륭했다. 북마크도 여러 군데 해 놓았던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좋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내용은 잊혀진다. 좋다, 나쁘다는 식의 잔상만 남을 뿐이다.

아침에 커피 한잔을 마시듯, 신문을 보듯, 갓 구운 크루와상을 먹듯 써라 - 쓰기의 기술
   글을 쓰기 전 우선 숨을 가다듬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하자.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쓰레기 같은 졸작을 쓸 권리가 있다’라고. 쓰레기는 퇴화하여 거름이 된다. 거름 위에선 더 좋은 꽃이 피어난다. 세상의 진리는 글쓰기에도 적용된다. 이 책은 좋은 문장을 쓰거나 맞춤법 문제 등의 구체적인 구문론이나 특별한 창작론을 강의하는 것은 아니다. 문장에 관해 알고 싶다면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김진준 옮김, 김영사)를 읽는 게 훨씬 합리적이다. 쓸데없는 문장을 잘라내는 기술에 관해서 킹 만큼 유머러스하고 대담하게 가르치는 작가도 없으니까.

  이 책의 가장 놀라운 점은 글쓰기뿐만 아니라, 모든 것, 즉 삶을 대하는 방식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첫 생각을 놓치지 말고 끝까지 밀고 나가라, 매일 시간을 두고 그 시간 안에 정해진 분량의 글을 써내라는 말은 요가를 배우거나, 어학을 공부하는 사람에게도 유용하다. 춤도 글쓰기와 같다. 춤꾼에게 가장 좋은 춤은 ‘춤이 춤을 추게 하라’ 라는 말이다. 이해가 안 된다면 영화 ‘빌리 엘리어트’를 생각해 보자. 빌리의 발레는 확실히 어설프다. (빌리의 스텝을 떠올려보라) 하지만 에너지가 넘친다. 춤을 왜 추지? 라고 묻는 심사위원들에게 빌리가 말한다. “그냥 아무 생각 없어요. 내가 없어진 것 같아요. 춤을 추다보면 저는 없고 그냥, 날아다녀요. 마치 전기가 된 것 같아요.” 이 이야기를 할 때 빌리의 눈빛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춤은 말 그대로 우리 몸의 확장이다. 우리는 그 안에서 춤을 춰야 한다. 가능하다면 에고 따위는 전부 내려놓고 나 자신을 그대로 드러낸 채 말이다. 글이 글을 쓰게 하라. 그때 당신은 사라진다.

  “‘나탈리, 너는 사람뿐 아니라 모든 것과 관계를 맺고 있는 거야. 너의 집 현관, 자동차, 옥수수밭 그리고 구름하고도 관계를 맺어야 해.’ 우리는 전체의 한 부분이다. 이 사실을 이해하면, 우리가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우리를 통해서 글로 쓰여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케이트와 나는 월요일 온종일을 서로를 관통하고, 모든 거리, 커피를 관통해서 글을 썼다. 이런 관통하는 글쓰기만이, 흐르는 피가 땅에 스며들 듯 다른 곳으로 침투해 들어가는 힘이 생긴다.” (195쪽)

우연이라는 신이 준 두 번의 선물 - 읽기의 기술  
   5년 후 나는《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권진욱 옮김, 한문화)라는 책을 선물 받았다. 책장을 열면 준 사람의 자필이 보인다. ‘요가에 미쳐 있는 네가 읽으면 좋을…’바야흐로 내겐 YOGA DAY였다. 요가와 관련된 것이라면 무조건 시도해 보고 광분하던 때였으니까 그 책은 받은 즉시 읽어치웠다. 분명히 글쓰기에 관한 책이었는데 내겐 철저히 요가에 관한 책으로 읽혔다. 놀라운 경험이었다. 명상과 글쓰기가 이런 식으로 서로의 몸을 내어 줄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나는 무척 고무되어 있었다.

  내가 개인적인 얘기를 장황하게 떠들고 있는 이유는 몸으로 터득한 책읽기의 기술을 알려주고 싶어 안달이 났기 때문이다. 좋은 책은 시간차를 두고 두 번 읽어라. 그것이 매뉴얼북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이런 방법들은 평면적으로 느껴지는 시간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한다. 독서의 결과로 변화의 대차대조표가 만들어지는 것도 큰 성과다. 굳이 머리를 쥐어짜지 않아도 책을 읽는 동안 이미 지워진 것, 충분히 수정된 것, 아직 반영되지 못한 것들의 좌표가 그려지는 것이다.

《당신도 작가가 될 수 있다》와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는 같은 책이었다. 시간을 두고 제목과 편집만 달라져 나온 셈이다. 그런데 나는 전혀 다른 책을 읽는 듯한 착각에 빠져 있었다. 저자인 ‘나탈리 골드버그’의 이름을 떠올린 것은 이 책을 읽은 뒤 이틀이나 지난 후였다. 이런 경험은 삶이 주는 가장 좋은 선물 중에 하나다. 북콜렉터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고의 우연 말이다. (밀란 쿤데라의 《이별의 왈츠》 는 제목이 다른 세 권의 책이 존재한다. 당신이 쿤데라 콜렉터라면 당신도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다)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당장 이 책을 읽어보시길. 이 책은 내가 읽은 작법에 관한 책 중 에누리없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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