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을 보면 그녀들을 보고 있는 내가 보인다.
글_ azzzo
『Sex & the city』 라는 미국 드라마가 인기 몰이를 하더니 비디오 가게에까지 나왔다.
미국판 ‘처녀들의 저녁 식사’랄까..
30대 독신 여성들의 성 생활에 대한 일기와도 같은, 재기발랄 그 자체의 드라마였다.
“야호! 나도 아무런 사랑 없는 섹스를 했어!” 라고 말하는 주인공 아가씨의 말도 굉장히 교훈적이긴 했지만, 며칠을 두고 내게 강력한 인상을 남겼던 것은 그녀들 뒤로 보이는 거대 도시 뉴욕과 그녀들이 야곰야곰 먹던 음식들이었다.
자신만만한 네 여자가 가지고 있는 네가지 색의 취향.
꼬리에 문 생각들은 내 주변의 독신녀들(우리 나라 정서로는 노처녀 라는게 맞다.)에 대한 취향으로 옮겨 갔다.
TV 속 그녀들처럼 화려한 취향은 아니지만 둔탁한 내 시선까지 사로잡는 모습들.
그런 그녀들을 바라보는 것이 즐겁다.
k양. 그녀는 미소년의(가령 h.o.t 토니 같은) 추종자인데, 이런 미소년에 대한 애증은 요즘, 야오이 만화(남자 동성애자들이 주인공인 만화)를 수집하는 것으로 상당히 발전된 양상을 띄며 변화했다.
그녀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꽂혔다’고 할까..
도대체 이게 모당가..라는 호기심으로 잡았다가 짜릿하기 짝이 없는 남자들끼리의 키스 장면에 눈이 확 돌아가지고는 나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_-;;
남자들은 자기 나이 먹는 것과는 상관없이 스물 대여섯 살의 젊은 여자들에게 흑심을 품고 있다고 하던데 아마도 k역시도 10대의 어린 남자들에게 감정의 성장이 머물러 있는 듯하다.
<코트에서는 라이벌이었던 서태웅과 강백호, 그러나 뒤에서는 사랑을 나누는 연인이었다!>
정말로 굉장한 발상의 전환이 아닌가??
곤지암에 사는 나와, 수지에 사는 c는 종종 경기도 최대 도시, 분당에서 접선을 하는데.
violet이라는 인터넷 아이디를 가진 c는 액세서리든 옷이든 꼭 한가지씩은 ‘보라색’을 두르고 나온다.
 떡볶이와 정리 정돈에 대해 범접할 수 없는 에너지를 뿜어대기도 하는 c.
슬쩍 삐뚤어진 액자도 그녀의 눈에는 굉장히 거슬리는가 보다.
총총 걸어가 조용히 바로 잡는다.
띄엄띄엄 보기를 즐기는 내 눈은 그런 행각을 8년이나 지나서 깨달았다지만 말이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산다는 말이 진짜인지도 모른다.
 우리집 다음으로 자주 가서 잠을 청하는 집이 l의 집이다.
땡땡이 잠옷을 입고, 인상을 잔뜩 찌푸린 얼굴은 한 체 ‘디스 플러스’를 피우는 그녀가 문을 열어준다. l이 그 잠옷을 물방울 무늬라고 하도 거세게 주장해서 아무 소리 못했지만, 솔직히 물방울이라 부르기에는 너무 크다.
샤워를 하고 난 뒤 인터넷을 뒤지면서 담배 한대 피우다가, 혼자 들어가서 자 버리는 게 그녀의 손님 접대 방식이다. 잠 버릇이 심하다고 나는 옆에서 재워 주지도 않는다.-_-+
욕쟁이 할멈 욕 듣고 싶어서 청국장 집 찾아가듯, 막 돼먹은 손님 대접이 좋아서 맨날 간다.
l이 혹시나 시집간다고 나서면 하얀색 레이스가 아롱진 민무늬 잠옷을 사주고 말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슴에 품고 있기는 하지만.. 돈 쓸 일은 한동안 없을 듯하다.
 또 다른 l양은, 수업 시간 전에 항상 사물함으로 간다.
백 개는 족히 되어 보이는 펜(pen)들을 데리러.
세상 모든 펜들의 대모쯤으로 보일 때가 솔직히 있다.
그물망 주머니로 된 가방에도 서른 개쯤의 펜은 항상 들어있다.
고스톱으로 하루 운을 떠 보듯이, 가방에 손을 넣어 잡히는 펜들의 색으로 하루 운을 점친댄다. 펜 점은 처음 들어 본다...ㅡ,.ㅡ
뒤적뒤적 거리다가 그녀가 잡은 팬들은 모두 녹색이다.
“거봐. 오늘 기분이 이렇게 무채색이 었다니깐.”
믿거나 말거나~.
블랙 커피, 색색가지의 한보따리 펜, 하늘색 아이 섀도우, 쏘주와 돼지 껍데기.
그녀가 데리고 다니는 것들...
“이 사람은 좋고, 이 사람은 싫어라고 말하면서 왜 음식이나 물건에는 그런 것들이 분명하지 않아?” 라고 던지는 질문에는 사실이지 대답이 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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