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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bel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2005-01-12 17:45:01, Hit : 384)
[re] 저작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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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에 관한 글입니다. 엠파스의 화이부동님 블로그에서 퍼왔구요.
제가 만드는 것으로 별다른 재화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아서 창작물에 대한 금전권리를 뭐라하고 싶진 않습니다만, 금번사태는 아무래도 구린구석이 많아 보입니다.
정부차원에서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을 파괴하려는 첫 시도라는 음모이론도 제기되고 있기도 하더군요. 아주 일리 없다곤 보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방식으로 음반시장이 살아날 확률은 마이너스라고 봅니다만... 뭏든 그쪽도 머리 존 아이들은 별로 없나 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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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작권법은 제1조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문화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저작권법은 2가지 수단을 채택하고 있는데,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한가지 수단이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하는 것이 또 다른 수단이다. 여기서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이란 일반공중에 의한 저작물의 이용을 의미한다. 따라서, 저작권법은 저작권자 개인의 사익과 저작물의 이용자인 공중의 이익 사이의 균형과 조화가 필요하다."(남희섭, 디지털 저작물과 이용자의 권리, 36쪽)

 

만약 저작권을 보호하지 않으면, 시장 내에서 그 판매 및 이용과 관련된 배타적인 권리를 인정해주지 않으면 문화상품은 시장에 공급되지 않을 것이고, 그에 따라 한 사회의 문화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이런 정식에 대해 예상되는 논의들은 일단 접어두자.) 그렇기 때문에 저작권이란 단순하게 개인의 사적인 재산권 보장과는 그 성격을 달리한다. 만약 저작권이 배타적으로 소유권을 보장하는 방식으로만 작동하고, 그 집행에 있어 장기적으로 문화의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면 그 법은 애초의 정신에 어긋나게 된다. 그렇다면 저작권에 대한 문제는 늘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질문되어야하지 않을까? “만약 저작권을 특정 방식으로 보호한다면 양질의 문화상품이 지속적으로 공급되고, 이용자들이 폭넓게 향유할 수 있는가?”

 

2.

음악 마케팅 요소간 관련성 (SERI, 국내 음반산업의 주요 이슈와 대응방안, 70쪽에서 재인용)



 

3.

국내 음반산업의 주요 이슈 (SERI, 국내 음반산업의 주요 이슈와 대응방안, 26쪽)



 

음반시장의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코스닥에 상장된 관련 업체들의 매출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이 시장에서는 분명하게 양극화 추세를 보이고 있고 자본과 마케팅과 기획능력을 갖춘 업체들이 시장을 선도해 나가고 있다. 내가 판단하기에 이들이 음원과 관련된 저작권법을 뒤에서 주도하고 있다. 현재 음원을 사용하는 개인이나 기업의 경우에는 저작권과 관련된 통합된 단체가 없는 상황에서는 각각의 단체와 개별협상을 해야만 하고, 만약 하나의 업체라도 협상을 거부하면 현재의 법 구조 내에서는 음악에 대한 새로운 서비스는 불가능하게 된다. 그런데 몇몇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이들이 협상을 거부한다면 저작권법에 의해 자연스럽게 신규 서비스 제공자들(인터넷 업체들)이 음악과 관련된 시장에 진입할 수 없다. 한 사회의 문화발전을 위해 요청된 저작권법이 실질적으로는 특정 업체들의 이익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 지점에서 저작권에 대한 근본 취지를 다시 물어야만 한다. 저작권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단지 특정한 저작자의 사유 재산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가? 만약 많은 사람들에 의해 보편화된 이용방식을 차단해, 문화상품의 향유를 근본적으로 차단한다면 이는 문화발전이라는 근본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 아닌가?
 

추가적으로, 제발 CD 불법복제나 MP3 파일 공유 때문에 음반시장에 축소되고 있다는 말은 제발 그만 하자. 물론 일부 기여했을 가능성은 있겠다. 그런데 거꾸로 말해서, 이런 모든 문제가 사라진다면 음반시장이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부지런하게 성장할 것으로 보는가? 내가 보기에 좀 더 본질적인 것은(대형가수나 편집음반 등을 제외하고도) 실제 음반시장의 소비의 80% 정도를 책임지고 있는 10대와 20대의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선택권이 넓어진 것이 원인이다. 그들은 자기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최대로 사용할 수 있는 한계금액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안에서 핸드폰 사용료는 계속 올라가고 게임이나 영화 등 다른 분야에 대한 관심도 점점 올라간다. 음악? 경쟁상황은 점점 험악해진다. 그 참에 MP3라는 무가(無價)의 방법이 도입되었고 그들은 망설임 없이 그 방향을 선택했을 뿐이다. 그럼 MP3가 사라진다면? P2P가 사라진다면? 당연히 개인간의 불법복제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듣게 될 것이다. 그들이 대거 음반을 사기 위해 매장을 방문할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4.

“경제학이란 희소한 자원을 어느 사회가 어떻게 사용하는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런데, 최소한 네트 환경에서 정보는 희소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넘쳐나고 있다. 우리는 점점 더 늘어나는 정보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그러면 사이버공간에 돌아다니는 그 무엇 중에 희소하고 욕망을 충족시켜주는(desirable)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관심(attention)’이다. 따라서, 사이버공간에 적합한 경제학은 정보의 경제학이 아니라 관심의 경제학이 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 사이버공간에서는 국가나 도시, 기업, 관료와 같은 구분이 존재하지 않는다. 유일한 구분은 관심의 공동체라 부를 만한 그 무엇이다. 공동체 사이에 흐르는 관심은 상품과 물질의 교환보다 더 중요하다.”(Michael H. Goldhaber, The Attention Economy: The Natural Economy of the Net, 1997)

 

많은 사람들에게 문화는 일차적인 관심사가 아니다. 그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건강(22.1%)과 자녀교육(40.9%)이다. 이 분야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돈을 사용할 의향이 높지만 문화활동(3.5%)에 대해서는 극소수만이 돈을 지불하려고 한다. 문화는 외식(11.4%)이나 스포츠/여행(7.7%), 외모 가꾸기(8.2%)보다고 사람들의 관심도가 낮다.('서울시만의 문화격차 : 실태와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인용)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문화란 우선순위에서 현저하게 밀린다. 만약 경제가 어려워진다면 일차적으로 소비가 줄어드는 부분은 이 곳일 것이다. 그건 전혀 본질적이지 않다. 그들의 관심(attention) 바깥에 문화가 있다.

 

자료를 조금 더 볼까? 자녀교육에 대한 30대(55.3%)와 40대(68.0%)의 헌신은 참으로 눈물겹다. 50대 이상(43.7%)이나 되어야 자신의 건강에 대해 실질적으로 관심을 갖는다. 문화활동은 어떠한가? 20대(9.3%)와 30대(3.7%)를 지나면 40대(0.7%)와 50대이상(0.6%)에서는 전멸이다. 그나마 문화활동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20대(물론 10대도 포함되겠지만)이다. 한걸음님이 답글을 통해 말씀하셨듯이 우리나라의 30대 이상에게 문화는 사치다. 그들은 무엇보다 자녀 교육에 신경을 써야만 한다. 사교육비는 점점 늘어나고 취업은 어려워지고, 특히 정년이 짧아지면서 노후를 위한 지출은 계속 늘어간다. 문화는 어디에도 설 자리가 없어 보인다.
 

이제 다시 인터넷으로 눈을 돌려본다. 아니 블로그 내에서 음악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상대방과 소통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그들은 그날그날 자신을 흔들고 지나간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만약 그의 접점이 진실하고, 그가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의 음악은 자신을 보여주는 분명한 도구가 된다. 음악을 올리는 사람은 그것을 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더욱 자신의 시간과 관심을 들여서 음악을 고르고 이야기를 건네기 위해 준비한다. Goldhaber가 말하는 '관심의 경제학'은 이런 식으로 블로그에서도 확인이 되고 있다. 그럼 듣는 사람들은 어떤가? 나는 개인적으로 음악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다. 애초에 음악을 들을 기회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안 듣게 되었다. 그런데 블로그를 통해 매일매일 올라오는 음악들은 이전에 어디에서도 들어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음악을 들려준다. 과연 무엇이 이런 식으로 우리에게 음악을 들려주었는가? 라디오의 몇몇 고집스럽고 탁월한 DJ들을 제외한다면 우리가 이렇게 멋진 모습으로 음악을 즐긴 경험이 있었던가? 이건 정말 놀라운 경험이 아닌가? 음악을 듣고 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이렇게 넓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걸 다른 매체가 보여준 적이 있었던가? 특히 음악과 그림, 시가 서로를 넘나들 때는 그 강도는 더하다. 그 요란스러운 크로스오버가 자연스럽게 구현되고 있는 게 아닌가? 나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 듣기를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했다.

 

5.

출판특권제도는 16세기를 거치면서 유럽 전역에 확산되었는데, 출판업자는 기간에 제한없이 독점권을 가지고 있었고, 이에 대해 존 로크를 비롯한 여러 사상가들은 17세기 내내 이러한 독점권의 제한을 주장해왔고, 출판업자의 독점으로 인하여 이용할 수 있는 서적의 수가 줄어든다고 불평하였다. 1710년 4월 10일에 성립된 앤 여왕법은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여 출판특권의 기간을 신간에 대해서는 14년, 이미 출판된 책은 21년으로 제한하고, 저자의 동의 없이는 어떠한 저작물도 출판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앤 여왕법에서 ‘저자’의 권리를 강조하고 권리의 기간을 한정한 것은 출판업자의 독점을 깨기 위한 의도적인 조치였다. 독점은 너무 오랫동안 강고하게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어떤 근거의 변화 없이는 깨기 힘들었다. 변화를 위한 가장 논리적이고 자연스러운 근거는 바로 ‘저자’였다. ‘저자’는 독점에 맞서는 무기를 주목적으로 사용되었던 것이다.(남희섭, 디지털 저작물과 이용자의 권리, 38쪽)

 

이전에는 출판업자가 가진 독점권이 문제였다면, 그 독점권을 무너뜨려 전체적으로 정보와 지식의 흐름을 독점하고 이를 통해 독점의 폐해를 막기 위해 ‘저자’의 권리를 강조한 것이 저작권의 정신이었다면 지금은 저자를 지배하고 있는 특정한 유통업체의 독점적 지위를 무너뜨리는 것이 저작권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닐까? 그렇게 가야만 저작권의 정신이 유지되는 것이 아닐까? 저작권은 자본주의를 전제한 장치이기는 하지만, 특정 집단의 독점적인 이익을 견제한다는 점에서는 일반화된 자본주의에 대한 저항으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6.

현재 상태로 저작권법이 시행된다면 인터넷을 이용하던 많은 사람들은 누군가 선곡해주는 음악을 듣는 즐거움을 빼앗길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누군가의 CD를 사고싶은 생각도 그와 동시에 사라질 것이다. 물론 기존의 음반관련 업체들은 새로운 경쟁사의 시장진입을 효과적으로 막으면서 자신의 시장을 지켜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고 해서 음반시장이 커지지는 않을 것이다. 잠재적으로 그들은 적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기술적으로 음원을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이 개발되고 활용되는 상황에서 누군가 블로그에 음원을 링크하는 걸 제한한다고 해서 그들이 지갑에서 돈을 꺼낼까? 아마 당신들도 그걸 기대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저 자신의 밥그릇만 성공적으로 지키면 될 테니까. 이마트처럼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에 대해 우위를 점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안될 테니까. 이미 당신들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조차 막고 있지 않은가!

 

나는 자꾸만 얼굴도 모르는 당신들하고 싸우고 싶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출발한 저작권을 마음대로 휘둘러 자신의 이익만 챙기려는 놈들과 죽어라 싸우고싶단 말이다. 누군가의 집에 찾아가 그가 좋아하는 음악을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공간조차 차단해버리는 당신들의 그 포악함에 대해 난 참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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