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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bel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2003-06-17 09:20:52, Hit : 407)
[펌]베르나르 포콩


예전에 다른 곳에 올렸던 것같은데...다른 분의 요청이 있어 리바이벌합니다. 앞으로 이영욱씨의 글은 냉장고가 아닌, 숙박부에 올려질 예정입니다.



세계사진가 탐구 

베르나르 포콩(Bernard Faucon 1950 ~      )
                                                                                                    이 영 욱 



베르나르 포콩(Bernard Faucon ) 은 70년대 말부터 구성주의 Constructed Photo 사진가 계열의 대표적인 선구자이다. 1950년, 프랑스의 아브트에서 태어난 그는 처음에는 화가를 지망하였으며, 1969~73년 소르본느대학에 철학을 공부하였다. 1976년부터 파리등지 에서 프리랜서사진가로 생활하다. 우연히 여행 중, 50년대의 낡은 소년들의 마네킹을 발견하고 자신의 과거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일련의 사진들을 마치 영화 감독이 연출하는 수법으로 사진을 만들었다. 


마네킹을 이용한 사진집 여름방학(Les Gande Vacances)은 처음으로 발표한 것이 78년 인데 같은 해 뉴욕 현대 미술관 사진 디렉터인 존 샤코우스키가 기획한 기념비적인 사진전  [거울 과 창]이 있던 해이다. 

이 전시는 60년 이후의 사진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으로서 20세기 전반에 확립 되었던 근대적 사진이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크게 변화 되는 양상을 사진가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는 ‘거울 형’과 자신의 외부를 지향하는 ‘창형’이라는 두개의 개념을 바탕으로 분석한 것 이였다. 

이러한 분석은 모더니즘 사진의 정점기에 기획된 것으로 사진의 독자적인 미학적인 특성을 분명히 하고자 하는 의도가 내포되었던 것으로 참신한 지평을 여는 것처럼 보였지만, 한편, 이 전시회 

직후부터 불어 닥친 포스트 모던한 계열의 사진은 이처럼 이분 법 적으로 나눌 수 없는 사진의 본질론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모색하는 일련이 사진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포콩이 제작한 사진들은 현실에는 없는 가상의 현실을 만들어서 사진으로 찍은 것인데 이것은 이제 까지 사진이 담보하고 있었던 사진의 객관적인 사실성을 침범하고 전복하는 효과를 발휘하는 것 이였다. 

포콩 이후에 많은 사진가들이 소위 ‘인형파’라고 까지 불릴 만큼 가상의 현실 공간을 구성해서 인형들을 설치하고 그것을 사진으로 제작해서 보여주는 일련의 작품들이 솟아져 나왔다는 점에서, 그는 허구적인 가상의 사진을 제시하는 사진가들의 선구자 인 셈이다. 


사진은 현실을 객관적으로 재현한 정확한 사실인 것처럼 보인다. 사진은 현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적어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소박한 생각은 사진의 가장 강력한 특질로 간주 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가들은 단 한번도 진실을 말한 적이 없다.(진실을 강조하고, 추구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 들에게는 좀 섭섭한 말로 드리겠지만) 왜냐하면, 사진이야 말로 가장 명백한 거짓 행위 이기 때문이다. 즉, 사진과 똑 같은 현실은 이 세상에 존재 하지 않는다. 그,것은 단지, 사진가에 의해서 해석 되고 선택된 지나간 한 순간의 과거의 모습을 얼어붙게한 단 하나의 사건일 뿐이며, 진짜가 아닌 허구 이다. 


플라톤은 예술을 거짓말이라고 낙인 찍고 그의 이상국가에서 추방하였다. 그것은 유감스러운 일이었지만, 예술이 사실과는 달리 언어라는 허구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그가 인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사진은 분명 예술이다. 

[L'enfant qui vole1979]
사진은 오랫동안 주어진 사실에 벗어날 수 없고, 상상의 자유로운 흐름을 허용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되었다. 물론 최근의 사진들은 대부분 이런 낡은 확신들을 뒤집으려고 하거나 그 상황을 역전시키려는 데에 몰두하고 있다. 

[Antoine , Le petit arbre]

[Gregory , Le bassin.]
그러나 일반적으로 사진의 사실주의는 현실 및 일상세계의 연속이거나 확장으로 간주된다. 디지털 사진시대에도 여전히 전통적인 관점의 사진의 증거능력을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진이 현실과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의 연속성은 확실한 것에 매달리고픈 우리의 욕망을 반영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의 욕망은 사진을 앞에 두고 현실로 파악하는데 길들여진 지 오래 이다. 세상은 온통 사진 영상으로 덮여 있고, 사진으로 제시되는 현실만이 있을 뿐이다. 분명 가공된 이미지에 불과한 사진을 ‘현실’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즉, 허구의 세계가 진짜를 대치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차원에서 사진의 본질적인 문제를 제기한 것이 80년대의 메이킹 포토(Making Photo)나 콘스트럭티드 포토(Constructed Photo)라고 불리는 새로운 표현 방식들일 것이다. 

[La boule de feu, 1981]
이미 확실하게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객관적' 세계를 반영한다는 사진의 리얼리즘적 관점은 소위 만드는 사진으로 불리는 메이킹 포토(Making Photo)에서 철저하게 무너지지 기 시작 했다. 80년대 말 이후의 사진은 물론 각각이 사진가들 마다 내용의 차이가 있고 기법적인 측면에서도 큰 차이가 있지만,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새로운 감각이라는 측면에서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그것은 이제까지 사진의 특성으로 간주되었던 현실 세계의 일부를 재현하는 기록성을 완전히 증발시켜버리고 개개 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 같은 허구의 세계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L´apparition]
19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를 거쳐 현재까지 포스트 모던 계열의 사진가 들은 사진을 철저하게 허구적인 이미지로 파악한다. 특히 이들은 현실을 있는 대상을 왜곡하는 수준이 아니라, 현실에는 없는 가상의 현실을 만들어 놓고 그것을 촬영한다. 프랑스의 사진가 베르나르 포콩(Bernard Faucon)은 이러한 논의를 전개하는데 대표적인 사진가 중 한 사람이다. 

[La Chambre d`or, Fresson Print]
그는”내 사진을 통해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현실과는 전혀 관계 없는 모조품일 뿐이다.”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모조’는 장 보드리야르가 말하는 시뮬라시옹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 시뮬라시옹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놓은 인공물을 지칭한다. 

[La Chambre Qui Brule, Fresson Print]
그의 대표작인 여름방학(Les Gande Vacances) 시리즈는 현실과 비현실이 교묘하게 엇갈려 있다. 이 작품집의 서문에는 다음과 같이 서문이 적혀 있어 그의 사진에 대한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1953년 어느날 나는 어머니의 주치의가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의사에게 나의 성장을 멈추게 하는 약을 한 첩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1960년, 어릴 적의 광경은 모두 대낮의 빛 속에 있습니다. 실내에는 등이 없고 집들의 지붕도 없었습니다. 모든 것이 하늘 밑에 세트되어 있습니다. 

1967년, 커다란 언덕 위의 작은 교회, 고대의 은둔소, 수녀원의 폐허, 세개의 커다란 바위, 버찌와 아몬드와 라벤다의 밭, 인디언 지구, 아만도씨의 오두막집, 그리고 목매 자살하는 나무 등의 놀이터를, 열일곱살의 나는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Le Petit Canif.]
   포콩자신의 어린 시절의 추억을 소년들의 마네킹으로 연출한 일련의 사진들 속에는 실제의 소년이 등장하는데 이것은 마치 인형들의 세계에 실제 인간이 여행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이상한 세상이 펼쳐진다. 

사진 속에는 다수가 인형들이고 그 틈 사이에 한 소년이 등장한다. 혹은 인형들만이 자신들의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차라리 실제 인간인 소년은 이 곳에서 이방인에 가깝다. 진짜보다, 가짜가 더 실제 같고, 실제는 이곳에서 소외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Le Petit Bouddha]
어릴 적에 가졌을 꿈과 환상 그리고, 과거의 회상 속에 남아 있는 잊어지지 않는 그리움에 대한 동경 등은 사진에 직접적으로 찍혀지기 어렵다. 이것들은 모두다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것으로 현실의 대치 물로 치환 하지 않으면 표현 불가능할 것이다. 

사진으로 꿈과 환상 그리고 지나간 과거를 정확하게 재현한다는 일이 도대체 가능한 일인가? 하려고 한다면, 당연히 이미 현실 속에는 없는 이미지들을 제 구성해서 보여 주어야만 한다. 즉, 그것은 사진이 운명적으로 현실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전복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Les Ecritures.jpg]
바르트식으로 말하자면, 그것은 탈코드적 사유를 유발하는 상상 혹은 영상이다. 기호학적 및 문화적 코드를 벗어나는 요소, 규칙에 담을 수 없는 요소, 그러나 우리에게 사유의 확장을 촉발하는 동시에 감동과 쾌감을 주는 요소, 바로 거기에 예술적 영상의 영혼이 숨쉬고 있다. 예술은 현실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사실적이라고 믿고 있는 것을 의심하고, 실체라고 믿고 있는 상상의 세계를 전복하는 것이다. 

로브그리예는 [히드라의 거울]이라는 자전적 에세이에서 가장 실제적인 것은 자신이 스스로 철저히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허구가 단순한 거짓은 아닐 듯 싶다. 또한 무엇인가 은폐하기 위해서 허구가 시작된 것도 아니다. '허구는 과거나 현재에 존재하는 그대로의 세계와는 다른 실재세계 일수 있다. 허구를 차라리 들어내고 보여주었을 때 현실의 복잡한 자료를 처리하고 소통하기 위한 모델일 수도 있다. 


[Peut ....]
그 후 포콩은 1986년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개최된 '프랑스 미술전'에서 놀라운 변신을 보여준다. 이른바 사랑의 방(Les Chambres d´amour ,1984- 1989)이라는 제목의 연작들 이다. 여기에서는 인형들은 사라지고 텅빈 방에 소년들의 나신이 모습으로 찍혀진 일련의 시리즈를 발표했다. 이들 작품은 한국에서 92년도, 서울에서 [갤러리 눈] 처음 보여 주었으며, 2000년 10월 성곡 미술관에서 <프랑스 작가가 본 동방의 빛> 전시회 기간 동안 함께 전시회를 가졌다. 이 전시에서는 동양사상에 관심이 많은 그가 아시아의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느꼈던 성스럽고 신비로운 이미지를 금빛으로 표현한 「황금의 방」("Les Chambres d'or" 1987~1989)을 선보이며, 실제의 방을 꾸며 보여주기도 했다. 또한 그는 세계 20개국의 15세부터 20세까지 전세계의 100명의 젊은이들에게 일회용 카메라를 나누어주고 마음대로 사진을 찍게 한 후 3,000여 장의 사진 중 잘된 것을 골라 '내 젊은날의 가장 아름다운 날'이라는 제목으로 그것을 나라별로 모아 전시한 것이다. 

[Un jour on ....]
그이 작품중 「글 쓰기 (에크리튀르)」("Les Ecritures" 1991~1993)는 인간의 피부나 풍경에 프랑스어의 텍스트문자를 써 붙이거나, 설치해서 보여준다. 이들 텍스트들은 풍경과는 아무런 관계성 없이 놓여 있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이미지와 텍스트 사이에서 의미를 찾게 되지만, 결국 무 의미에 빠지고 만다. 

그는 사진으로 찍기 위해서 거대한 글자들을 풍경 속에 설치하거나, 인간의 피부위에 정성 것 사인을 하듯이 글자를 쓰고, 그것을 마치 기념비적으로 남기기 위해서 기념 촬영하는 것처럼 보인다. 

즉, 자신의 행위에 대한 기록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그의 초기작인 여름 방학이나, '내 젊은날의 가장 아름다운 날' 또한 설치미술 혹은 프로젝트, 행위 예술에 대한 기록으로서 사진을 이용하고 있다는 혐의가 보인다. 뭐, 결국 그것을 최종적으로 사진으로 제시하고 있으니 무엇으로 불리든 상관 없지만, 듀상의 발견된 오브제 미술과도 연관 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의 작업을 개념주의 성향을 띄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에크리튀르 작품 중 인간의 피부에 쓰여진 텍스를 필자가 직접 본 것은 92년 서울 압구정도에 있었던 [갤러리 눈]에서 였다. 지금은 아쉽게도 이 갤러리가 사라지고 없지만, 당시만 해도 이 작은 갤러리가 사진 전문 갤러리를 표방한 하면서 세계적인 사진가를 초빙한 사례로는 처음이 있는 일이였다. 당시로서는 상당히 난해한 것으로 받아들였으나,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포콩의 자유로운 사고를 눈여볼 수 있는 좋은 경험 이였다. 다시금 그 사진들을 찾고자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도 그 사진들을 발견할 수 없는 것이 못내 아쉽다.  

글: 이영욱(중국 연변대학교 예술대학 사진과 교수 rxli@ybu.edu.c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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