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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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2006-05-24 07:21:09, Hit : 427)
[기사] 오달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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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을 보면 오달수님의 움직임을 볼 수 있는 플래쉬 파일이 있다. 재미있기는 한데 웬지 눈물겹고, 감사하다.
"겨울 과메기, 가을 전어, 봄나물을 안주로 소주를 들이킬 때가 좋습니다. 전 너무 약하고 따뜻한 사람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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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http://vogue.co.kr/inmagazine/index.asp?menu=07&ins_no=201


한영화 전문 케이블 TV의 카메라맨이 마이크를 가져다주자 오달수는 10미터 후방에 있는 내 눈에도 보일 만큼 심하게 손을 떨었다. 약 10초간 자신이 출연한 영화 <구타유발자들>의 스토리와 배역을 설명하는 멘트는 그럭저럭 해냈지만, PD의 요구로 그 케이블 방송의 선전 멘트를 발음하고 엄지 손가락을 높이 치켜 올려야 했을 땐, 사회주의 국영 방송의 하급 코미디언처럼 무능해 보였다. 이런 상황이야말로 ‘낯섦’에 관한 오달수식 희극이 아닐는지. 이제까지 스크린 속의 오달수는 언제나 엉뚱하고 뻔뻔했다. 13년간 한 남자를 가두는 비굴한 대리인으로 분했던 <올드보이>에서도, 러시아 총기를 유통시키는 무기밀매업자의 끄나풀을 연기했던 <달콤한 인생>에서도, 음란 소설을 제작 보급하는 조선시대 사설 출판사의 운영자로 분했던 <음란 서생>에서도. 그가 사설 감금소, 무기밀매, 외설 출판사라는 낯선 공간에서 너무도 뻔뻔스럽게 움직였기 때문에 모든 영화적 설정은 활기를 띠었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오달수는 다르다. 조금 전 내가 그를 어쩌다 실수로 미지의 세계에 불시착한 17세기의 엉뚱하고 진지한 과학자로 설정하고 사진 촬영을 할 때도 그는 계속 어색해 했다. 하긴 어빙 펜 사진 속 알버 엘바즈풍의 짜리몽땅한 신사복에 낙하산 배낭을 메고(게다가 페니스가 낙하산 고정 체인에 끼인 채), 진지한 퍼포먼스를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오달수를 보고 있으면 왜 영화 감독들이 ‘꿈꾸는 것 같은, 꿈에서 본 것 같은’ 그런 비현실적인 ‘진맛’의 캐릭터를 창조해내고 싶어 안달하는지 이해된다.
오른쪽 코밑과 눈밑에 있는 두 개의 굵은 점, 비례에 맞지 않게 길고 커다란 얼굴, 찢어진 눈, 작은 키, 부드럽게 물결치는 곱슬머리, 와일드한 외모에 반해 절대로 능청스럽지 않은 내성적이고 섬세한 성격. <마지막 늑대>의 구자홍 감독이 박찬욱 감독에게 그를 추천할 때 했던 말도 ‘이상하게 생긴 사나이가 있다’였다. “벗겨놓으면 정말 기형적이에요”라고 그가 자기비하적인 농담을 했다. “하지만 전 엉뚱하지도 기괴하지도 않습니다. 뭐랄까? 오히려 평범하고 여성스럽고 수줍음이 많습니다”라고 오달수가 말했다. 한마디로 그는 이상하게 생긴 고요한 남자다. “메이저 세계에 진입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좀더 쉬워졌나요?”라고 나는 한 카드 회사 CF에 출연해 ‘충동 구매 안 돼’동작을 체조로 보여준 일에 관한 가벼운 질문을 던졌다. 이제는 그가 말을 더듬는 데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재미있었습니다. 음…, 하지만 전 메이저가 아닙니다. 그건 책임이 필요한 세계이고 신경이 쓰입니다. 한때의 유행이기도 하구요.” “익숙하지 않다는 말인가요?” “전 너무 유명하고 바빠져서 연극을 하고 싶어도 쉽게 무대로 돌아오지 못하는 배우들을 종종 봤습니다. 가능하면 그렇게 살고 싶지 않습니다.”

2000년대 오달수의 등장은 90년대 송강호의 등장과 비슷한 면이 있다. 진짜 양아치로 오인받았던 <초록물고기>의 리얼리즘적인 연기, “배신이야, 배신! 배반!”의 엇박자 사투리 리듬으로 과장된 산골 건달을 연기했던 <넘버 3>의 송강호의 진지하고 뻔뻔한 연기 패턴을 믹스한 느낌이랄까.


"설경구는 불꽃처럼 연기합니다. 송강호는 얼음처럼 연기하지요. 아! 하지만 전 아닙니다. 전, 오히려 계산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애드립조차도 의논해서 하는 걸요. 좀 빈 것 같기도 하고, 덜 찬 것 같기도 하지요. 불만스럽고 부끄러울 뿐입니다.” 그는 삶과 예술적 활기가 넘치는 부산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내가 혹시 영화 <친구>의 한 장면처럼 그렇게 남포동과 영도다리 밑을 뛰어다녔느냐고 묻자, 그는 “전, 마음껏, 좀 별나게 놀았습니다”라고 얼버무렸다. 대신 그는 한 수업 시간의 일화를 들려주었다. “전 쉬는 시간에 엎드려서 잠이 들었는데, ‘차렷, 경례’ 소리에 눈을 떠보니 이미 수업이 끝나 있었습니다. 불어 선생님이 친구들에게 “달수, 곤히 잔다. 깨우지 마라”고 하셨답니다. 전 그 일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선생님은 전교조 교사셨고 지금도 만나고 있죠.” 난 이 일화가 오달수의 인생에서 반복되는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유명세를 안겨준 박찬욱과 김지운 감독을 만났을 때도 그는 그들이 누구인지 몰랐다. 심지어 박찬욱과의 첫 번째 작품이었던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는 <인류 최초의 키스>라는 연극 2회 공연이 있었던 어느 토요일 오전, 단 3시간 만에 촬영이 끝났다. “그래서 전 그날 대학로로 와서 두 차례 공연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전 정말 영화계나 영화 스타에 대해서 아는 게 없어요.” 김지운 감독은 한 영화 주간지에 <달콤한 인생>의 제작 일지를 쓰면서 ‘오달수, 그는 과연 정상인가’라는 중간 타이틀을 달기도 했다. 문근영이 김지운 감독에게 보내온 휴대폰 포토메일을 보고는 오달수가 “따님이신가요?”라고 물었기 때문이다.

오달수는 마치 곤히 잠들어 있다가 방금 깨어난 사람처럼 순진하게 발작했다. 1989년 이윤택이 이끄는 부산 연희단 거리패에서 <오구>의 문상객 1번으로 데뷔한 후, 서울이라는 신천지에 왔을 때도 그랬다.“제 인생에 전환기가 된 건 1997년이었습니다.” 희곡 작가 조창화가 <남자충동>이라는 작품을 쓴 후, 그를 서울로 불러들였다. 조창화는 오달수를 생각하며 ‘달수’라는 배역을 썼고, 그는 짐을 싸서 서울의 별천지 청담동 반지하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마침내 대학로에 ‘달수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바보스러운 듯하면서 비정상적이고 힘이 센 오달수의 연기는 지루하고 꽉 짜여진 무대에 유쾌한 균열을 일으켰다. “<405호 아줌마는 착하시다>라는 연극을 할 때였어요. 4명이 주인공인 미스터리한 심리극이었는데, 전 5분 동안 잠깐 나왔다 들어가는 하찮은 경비원 역을 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저만 기억했어요. 전 그냥 모두가 긴장하고 있을 때, 나와서 슬쩍 웃겨줬을 뿐인데요.” 그리고 치고 빠지는 오달수식 게릴라 연기는 영화 연기에서도 이어졌다. “연기는 적극적으로 자기 안에 빠지는 게 아니라 상대 배우와 감독과 관객을 설득시키는 작업입니다. 설득을 위해서 온갖 지랄을 다 떨지요. 뭐랄까. 배우는 영혼을 담은 기술자라고나 할까요.” 그는 현재 ‘신기루만화경’이라는 연극 극단의 대표다. 나는 오달수가 결혼을 위해 아주 잠깐 동안 그토록 몸 바쳤던 연극을 포기했던 적이 있다고 들었기 때문에, 그에게 프러포즈는 어떤 방식으로 했는지 물었다. “그건… 전 지금은 돌아온 총각입니다. 그래서 적절한 대답을 할 수가 없습니다.” 맙소사, 나는 “아! 그렇지요. 맞아요. 그랬어요”를 연발하며 땀을 흘렸다. “제겐 불가능하지만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습니다. 좋은 아빠가 되는 거예요. 제 딸이 일곱 살이에요. 하루는 부산에 가서 딸과 함께 잠을 자는데 벽에 이런 글귀가 쓰여 있었어요. ‘생각하기 1시간’. 낙서려니 하면서 돌아눕는데 ‘아차’ 싶었어요. 그건 딸이 제게 보내는 편지였습니다. “오경지를 하루에 1시간은 생각하기’. 두 번째 불가능한 소원은 종교를 갖는 겁니다. 제 성향을 거역할 수 없겠지만, 때로는 종교에 기대고 싶습니다.”

나는 다시 그에게 누가 당신의 영혼을 지배하는가,라고 물었다. “관념적인 질문이군요.” 그는 커피를 홀짝거렸다. “음…, 적어도 내가 내 영혼을 지배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술?” “그렇죠. 술은 영혼의 주사 같은 거니까요. 사람을 생각나게 하고, 적어도 술을 마시면 전 지금처럼 어색해하진 않습니다. 전 유명 배우들보다 제가 소속된 극단의 식구들과 술을 마실 때가 행복합니다. 겨울 과메기, 가을 전어, 봄나물을 안주로 소주를 들이킬 때가 좋습니다. 전 너무 약하고 따뜻한 사람입니다.” 오달수는 한 편의 영화를 막 끝냈고, 또 한 편의 영화를 촬영 중이다. 한석규·이문식과 함께한 <구타유발자들>, 그리고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에 이은 박찬욱 감독과의 세 번째 작품 <사이보그라서 괜찮아>.

“<구타유발자들>에서 저는 몽둥이를 들고 돼지를 때려잡기도 합니다. 정신도 오락가락하고, 살벌한 인물로 그려지죠. 낯선 도시의 인물이 마을에 침입하면서 5시간 동안 벌어지는 일입니다. 박찬욱 감독의 <쓰리 몬스터>처럼 대단히 연극적이죠. 전 그런 영화들이 좋습니다. 라스 폰 트리에의 <도그빌> 같은 연극을 옮긴 것 같은 영화 말입니다. 물론 <저수지의 개들> 같은 영화적인 영화도 좋지만요.” 부산에서 촬영되는 <사이보그라서 괜찮아>에서도 오달수는 정상이 아니다. “정신병동 이야기거든요. 아까도 말씀 드렸듯이 전 아주 평범합니다. 다만 누구나 앓고 산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입니다. 앓을 때는 속에서 폭발하기도 하잖아요?” 그렇게 말해놓고 오달수는 또다시 부끄러워 했다. “제 말년을 생각해 보면 그렇습니다. 아, 내 연기는 너무 부족하다, 부족하다, 부족해… 그러면서 죽어갈 것 같습니다.”

- 에디터 | 김지수
- 스타일 에디터 | 이정금
- 헤어&메이크업 | 끌로에
- 출처 | www.vog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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