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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2008-06-28 01:47:01, Hit : 669)
[re] 전시 6.27



Relationship-A daydream

이승리展 / LEESEUNGRI / 李承理 / sculpture.installation

2008_0618 ▶ 2008_0701



이승리_Relationship-A daydream_혼합재료_가변크기_2008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전시중 무휴




김진혜 갤러리
Kim.jinhye 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 149번지 2,3층
Tel. +82.2.725.6751
www.kimjinhyegallery.com






조각.오브제.평면 간의 반(半)경계적 언어게임 ● 1. 1997년 석사학위전(성신대)에서 2008년 박사학위전(홍익대)에 이르는 십여년 간 이승리의 「Relationship」은 사물들 간의 논리를 모색하기 위한 일련의 성찰과 성취의 일면을 보여주었다. 개인전은 물론 여러 아트페어에서 그 자신의 세계를 지키고 조심스럽게 확장함으로써 그 만의 조각언어를 확립할 수 있었던 근간이 여기서 이루어졌다. ● 이승리의 작품들은 우선 조각.오브제.평면의 세 가지 경계를 그 특유의 방식으로 차별화하고 종합한다. 인상적으로 말하자면, 각 경계들을 탈장르적으로 다루었다고 할 수 있으나, 경계를 탈장르화 하는 방식이 무엇보다 보는 사람의 시선을 자극하고 그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조각이긴 한데 팝아트에서 보고 느낄 수 있는 그림 같은 선획의 도상들의 문채가 수려한가 하면, 이내 그림과 조각의 경계를 넘어 일상 사물과의 타협을 느끼게 할 뿐 아니라, 1차원.2차원.3차원의 공간적 서열을 상향적으로와 하향적으로 읽게 함으로써, 흡사 어느 형태심리학의 교과서에 나오는 착시의 전복을 설명하는 2차원 일러스트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이를 현실의 주거 공간, 이를테면 부엌과 조립식 거실의 일루를 빌려 실체화한 3차원 일러스트를 생각하게도 한다.




이승리_Relationship-A daydream_혼합재료_30×136×96cm_2008


그의 작품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경계와 차원을 중심으로 하는 정립과 치환, 전이와 전복의 ‘논리’를 의도적으로 연출하고자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또한 이승리의 십년사의 연구과제였고 그의 조각세계의 키워드라 할 수 있다. ● 작가는 자신의 키워드를 ‘관계’(relationship)라는 말로 정의한다. 그의 관계는 ‘선’이라는 1차원을 반복시키는 데서 시작해서, 선의 벡터와 만곡을 중복해서 드로잉함으로써 2차원 이미지로 확장시키고 치환시킨다. 이미지들은 대개 기하학적으로 큐빅한 배경을 만들고 그 위에 주전자와 파이프 같은 만곡입체를 전경으로 설정한다. 주전자와 파이프는 2차원 이미지로 부상하다가 이어서 3차원 입체로 치환된다. 3차원 사물로 확장되고 치환된 결과가 곧 사물로서의 입체이다. 주전자는 실제의 주전자로, 파이프는 사실 그대로의 파이프로 캐스팅한 사물들이다. 조각이면서 오브제이고 오브제이자 그림 같은 평면이기도 하다.




이승리_Relationship-A daydream_혼합재료_90×80×225cm_2007


먼저 선의 일차원 반복을 시사하는 작품들로는 F. R. P로 제작한 원뿔의 밑면과 측면에다 검은 안료로 만곡선을 프린팅하거나, 고무와이어에 채색한 고리들을 겹처늘어뜨린 경우, 나아가서는 스테인리스스틸의 평면에다 설정한 정각형프레임의 선들을 예로 들 수 있다. 이것들은 모두 토톨로지의 규칙들을 배경에 두고 있어 형식미를 강화시킨다. ● 1차원은 그에게 있어서 절대적 사물로서의 시발점을 보이면서도 2차원과 3차원을 차례로 생성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석고캐스팅과 스테인리스 스틸에 의한 입체물의 2차원표면을 정각형으로 등분하거나 드로잉으로 장식한 평면들이 모두 1차원의 생성물에 속한다. ● 2차원은 이에 의해 가시화된 준(準)사물들의 총체라 할 수 있다. 가장 확실한 원초적인 2차원은 F. R. P캐스팅에 의한 곡면으로 된 만곡기표의 반복이다. 만곡선의 그리드시스템은 처음부터 정각선에 의한 그리드시스템을 실시하는 스테인리스스틸의 표면과 대조를 보이면서도 동일한 아이디어의 산물임을 보여준다. ● 마지막으로 3차원의 사물들로는 흰색과 검정색 주전자와 검정 파이프, 그리고 검정 줄무늬가 있는 원뿔, 의자, 병 같은 현실적 사물들을 예로 들 수 있다. 이것들은 실제의 오브제를 캐스팅한 것들이거나 작가가 규격을 설정해서 제작한 것들이다. 이것들은 1~2차원의 경계를 적분한 3차원의 모형들(models)이라는 점에서 만물의 기하학적 확장의 일례를 시사한다. ● 작가는 이러한 제 차원의 모형들을 2차원 평면상에 디스플레이하고 차례로 2차원은 그 내부에 정각그리드를 1차원적으로 체제화함으로써 만물의 세계가 마침내 3차원으로 창출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승리_Relationship-A daydream_혼합재료_300×200×10cm_2007


2. 이승리의 작품계획을 따르자면, 그가 염두에 두고자 하는 사물의 논리가 무엇인지를 엿볼 수 있다. 작품명제로 제시한 「관계―백일몽」이 함축하는 바와 같이, 우선 ‘관계’와 ‘백일몽’이라는 두 개의 어휘가 그의 사물의 논리를 시사한다. 우선 ‘관계’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이승리의 3차원 사물들의 세계를 이를테면 집합의 기호 Ω로 표시할 때 여기에는 1차원과 2차원이 집합의 원소로서 Ω = {1, 2}와 같이 설정되고 동시에 3차원의 모든 부분집합들의 족(族, family)을 아래의 식과 그림으로 나타낼 수 있다.


2Ω = {Ø, {1}, {2}, {1, 2}}

{1, 2}

{1}{2}

{Ø}


위의 식과 그림은 1차원과 2차원이 3차원 안에서 가지는 상호포함 관계가 존재하고, 이 관계가 3차원 안에서 {Ø} → {1} → {2} → {1, 2}로 치환되는 ‘반(半)순서 관계’(partial order relation)임을 시사한다. 반순서관계란 제로점의 집합{Ø}에서 3차원의 집합{1, 2}에 이르는 과정이 단숨에 완전하고도 동시적으로(in perfect simultaneity)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단계를 밟아 부분들이 계시(繼時)적으로(in partial succession) 단계를 밟아 나감으로써 3차원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 이에 의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사물들은 마치 ‘가정 → 마을→ 시.군 → 지방정부 →국가’의 권한체계와 같이 밑에서 위로 권한을 확장해가는 조직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이 경우의 관계란 각 단계에 있어서는 자기 반사성(self-reflexity)이, 단계들 간에는 ‘반(反)대칭성’(anty-symmetry)이, 그리고 단계들 사이에는 ‘추이성’(transitivity)이 작용함으로써 무(無, nothing)에서 유(有, everything)가 이루어지고 종국에는 이것들 간에 동치류(同値類, equivalence class)가 존재하게 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한 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사물들이 동치관계에 의해서 서로가 유사해지고 가족유사성을 갖고 아울러 차별성을 갖게 된다.




이승리_Relationship-A daydream_혼합재료_60×30×30cm_2007



이승리_Relationship-A daydream_혼합재료_60×30×30cm_2007


3. 이승리는 자신의 이러한 사유방식에서 비롯된 작품들이 한낱 ‘백일몽’(daydream)에 지나지 않을까 하는 의혹의 눈초리를 감추지 않는다. ‘일체는 일장춘몽’(Everthing is but an empty dream!)이라는 말처럼, 우리의 삶과 사물의 세계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묻고자 할 때, 종종 덧없음을 생각하게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갖는 관계의 망(網)이 우연인가 필연인가 하는 물음은 곧 백일몽을 꾸고 난 후 이 백일몽이 우연인가 필연인가 하는 물음과 진배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 그러나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과 주변 사물들의 세계에다 관계의 필연성을 투사함으로써만 우리의 삶을 지탱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이승리의 학위전이 이를 말해준다. 그의 섬세 치밀한 캐스팅기술, 정성과 열성을 다한 마감질, 디스플레이를 통한 관계의 논리를 엄정하게 챙기고 있는 태도는 물론이거니와 그가 도시의 삶 속에서 다듬고, 챙기고, 반복해서 매만지면서 자신의 삶의 공간과 그 속의 사물들에 애정을 쏟고 있는 마음 모두가 그가 은연중 투사한 관계의 필연성에 기인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 궁극적으로, 이승리는 앞서 언급한 사물들의 반순서적 속성상, 조각과 오브제, 오브제와 평면, 조각과 평면 간의 완전한 분할(perfect partition)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것들 간에는 절대경계(absolute boundary)가 있는 게 아니라, 항상 반쯤은 서로를 향해 열려있다고 생각한다. 열려있는 경계가 있어 항상 반쪽자리 경계가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이승리_Relationship-A daydream_혼합재료_60×30×30cm_2007



이승리_Relationship-A daydream_혼합재료_60×30×30cm_2007


따라서, 반경계가 있는 한 우리가 ‘조각’이라고 하는 경계와 ‘오브제’라고 하는 경계, 나아가서는 ‘평면’이라고 하는 경계는 일종의 언어의 게임(비트겐슈타인)에 의해 이름붙여진 데 지나지 않는다. ● 이승리가 추구하는 반경계의 세계는 이렇게 해서 자신의 도시적 삶을 둘러싸고 있는 각종 사물들, 주전자와 파이프, 이것들과 셑을 이루는 2차원들, 다시 이것들을 1차원적으로 정의해주는 온갖 고리들과 줄무늬들, 이것들이 모두 도상(icon)을 매개로 한 언어게임을 빌리고 있음을 은연중 시사한다. 그래서 그의 근작들은 하나의 게임판(板)으로 이해된다. 게임판에서 볼 때 주전자는 물그릇으로서의 용도를 갖고 파이프는 오수처리를 위한 용도로써 게임에 관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이승리의 ‘관계’는 이처럼 용도(用途, use)의 게임관계로 이해된다. 이를테면 용도와 이미지가 1~3차원의 분절구조를 빌려 경계들의 깊이와 넓이, 전진과 후퇴, 정립과 반전, 고정과 치환이라는 온갖 게임들의 망조직을 작동시킴으로써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오묘한 ‘의미구조’(semantic structure)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 김복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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