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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bel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2004-06-19 03:32:23, Hit : 370)
화석이 수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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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오...도서관을 매음굴로 묘사하다니, 탁월한 지고.   웬지 이런 책에 대한 출판기사는 조선일보에서 해얄 것같아서 그리했다.^^   아래춤에 있는 글자가 웬지 선연히 기분이 좋다.   재배포 금지.   쿠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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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멸종직전… 인간의 홀대로 죽어가고 있다

[조선일보 2004-06-18 17:21]




책 죽이기 | 조란 지브코비치 소설 | 유향란 옮김 | 문이당
[조선일보 최홍렬 기자] “책 노릇을 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시작하는 이 소설의 주인공은 책이다. 책이 멸종위기 직전에 처해 있는 종(種)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고 서두를 꺼낸 ‘책’은 “요즘 들어서는 나날이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호소한다.

지브코비치<사진>의 이 소설은 지구상에서 가장 지적인 존재이면서도 제대로 된 대접 한 번 받아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해야 하는 책의 일생을 유머러스하면서도 시니컬하게 그렸다. 책을 남성 중심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약자인 여성으로 의인화해 책이 겪은 온갖 수모를 보여준다. 책의 탄식과 하소연 그리고 비분강개에 공감하면서도 작가의 뛰어난 재기와 유머 감각으로 (책에게는 미안하지만) 시종 미소짓게 만든다. 유고슬라비아 작가의 작품이지만 그 내용들이 우리의 출판현실과 꼭 닮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을 읽다가 졸리면 제자리에 갖다놓기는커녕 옆에다 휙 던져 놓고 천연덕스럽게 코를 골기 시작한다. 우리는 밤새 또는 다음날까지도 활짝 펼쳐진 채-이 얼마나 채신머리 없는 자세인가-읽던 자리에 내박쳐져 있어야 한다. 가랑이를 찢어져라 벌린 채 몇 시간씩 혹은 종일 버티고 있다고 상상해 봐라. 우리 중 몇몇은 다시는 제대로 다리를 오므리지 못하고 남은 평생을 기형으로 살아가야 한다.’(18~19쪽)

인간의 역사를 대신 기억해 왔고, 인간을 더욱 지적인 존재로 돋보이게 했던 책이 그에 합당한 대접은커녕 말도 안 되는 무시를 당하고 있는 현실이 책의 시선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냄새나는 화장실에서 책 보기를 밥먹듯 하고, 책장이 잘 안 넘어가면 더러운 침을 묻히고, 책장 아무데나 마구 낙서를 해대며, 싫증이 나면 쓰레기통에 처박히는 것이 책이다. 서적상들 또한 매출이 점점 떨어지기 시작하면 ‘가격 할인’이라는 미명하에 책을 헐값으로 해치운다. 책은 인간을 위한 지적인 도구가 아니라 하나의 ‘지적 생명체’인데 인간이 책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책들이 모여 사는 도서관은 사창굴로 묘사된다.

‘팔자가 더 사나운 것으로 치자면, 도서관에 내던져진 불쌍한 자매들을 따라갈 책이 없다. 도서관에 있느니 차라리 죽어 버리는 게 낫다고 생각할 정도로, 우리가 가장 혐오하는 시설이 바로 도서관이기 때문이다. …문 앞에 홍등만 달지 않았지, 다른 건 모조리 사창굴 그대로이지 않은가!’(35~36쪽)

어떤 책들은 도서관에서 평생을 갇혀 지내기도 한다. 콜걸이 불려나가듯 관외 도서 대출이 가능해진 요즘에는 그저 운명에 맡길 수밖에 없다. 재수 없게 인기라도 있으면 현역에서 물러날 때까지 수천 명의 손님을 상대해야 한다고 털어놓는다.

이 소설은 또 책의 운명을 좌우하는 출판사 사장, 문예대행인, 편집자, 인쇄소, 서적상 등이 만들어내는 기상천외하면서도 재미있는 일화를 들려준다. 우선 한 권의 책이 만들어져 판매되고 폐기 처분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임신과 출산 등 인간의 일생에 비유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모든 작가들에게 원하는 만큼 글을 쓰게 하라. 그래야 행복하다는데 어찌 막겠는가. 단, 콘돔을 사용하게 하라. 글이면 무조건 책이 되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일이다. 작가라는 작자들은 본능의 충족만으로 그치지 않는다.’(92쪽)

출판사들은 이런 작가들의 공격에 방어하느라 진땀을 흘린다. 겉으로는 문화사업인 양 점잔을 피우지만 실제로는 자본주의 논리가 앞서 주객이 전도되어 있는 출판풍토를 공격하기도 한다. 작가는 컴퓨터와 전자책의 등장으로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는 종이 책의 앞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전한다.

소중한 존재라 해놓고 아무렇게나 내던져지고 있는 책의 수난, 팔리지 않는다고 폐기처분되는 책의 학살현장 그리고 헐값에 팔려나가는 망신스러운 모습을 통해 우리 출판 시장의 모습을 아프게 꼬집고 있다.


(최홍렬기자 hrchoi@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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